캠핑카 여행의 잠자리는 세 가지
뉴질랜드에서 캠핑카로 여행하면 밤에 차를 세울 곳은 크게 세 가지다. 전기와 샤워, 공용 주방을 갖춘 사설 캠핑장인 홀리데이파크(Holiday Park), 자연보존부(DOC)가 국립공원과 보호구역 안에 운영하는 DOC 캠핑장, 그리고 정해진 조건을 갖춘 차량만 무료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프리덤 캠핑(Freedom camping)이다.
처음 캠핑카를 타는 여행자라면 첫날과 이틀에 한 번 정도는 홀리데이파크에 묵는 것이 편하다. 차의 하우스 배터리를 충전하고 물을 채우고 오수를 비우는 일이 한곳에서 끝나기 때문이다. 경치 좋은 국립공원 안에서는 DOC 캠핑장을, 일정에 따라 프리덤 캠핑을 섞으면 된다.
| 구분 | 시설 | 요금(2026년 10월 확인) | 예약 |
|---|---|---|---|
| 홀리데이파크 | 전원, 샤워, 주방, 세탁, 덤프 스테이션 | 전원 사이트 2인 NZ$60 안팎부터 | 대부분 가능, 성수기 필수 |
| DOC 캠핑장 | 화장실, 물(등급별로 다름) | 성인 1인 무료~NZ$28 | Serviced는 필수 |
| 프리덤 캠핑 | 없음(차량 자체 시설) | 무료 | 없음, 허용 구역만 |
뉴질랜드 캠핑카 예약하기
홀리데이파크 예약하기
홀리데이파크는 뉴질랜드 전국에 퍼져 있다. 협회인 Holiday Parks New Zealand 회원 파크만 230곳이고, 체인으로는 TOP 10 홀리데이파크가 대표적이다. TOP 10은 전국 52곳을 한 사이트에서 검색하고 예약할 수 있어서 처음 일정을 짤 때 편하다. 체인에 속하지 않은 파크는 각 파크 홈페이지에서 예약한다.
예약할 때는 사이트 종류를 고른다. 캠핑카는 전원이 들어오는 파워드 사이트(Powered site)를, 전원 없이 지낼 때는 언파워드 사이트를 고르면 된다. 요금은 사이트 단위로 받는 곳과 1인당 받는 곳이 있다. 와나카 근처 하웨아 호수의 The Camp는 10월~4월 전원 사이트 2인 1박 NZ$60(최성수기 NZ$70)이고, 마운트쿡 입구의 글렌태너 파크는 성인 1인 NZ$43부터다(2026년 10월 확인).
12월 하순부터 2월 초까지는 최성수기라 인기 파크는 일찍 찬다. 취소 규정은 파크마다 다르다. TOP 10은 도착 72시간 전까지 취소하면 75%를 돌려주고, 테카포의 레이크스 엣지(Lakes Edge)는 48시간 전까지 무료 취소다. 퀸스타운의 햄프셔 계열 파크는 성수기에 도착 14일 이내 취소하면 환불이 없다. 예약 사이트(Booking.com 등)를 거치면 규정이 또 달라지니 결제 전에 확인한다.
마우이(Maui), 브리츠(Britz), 마이티(Mighty) 같은 THL 계열 캠핑카를 빌린다면 THL 로드트립(THL Roadtrip) 앱도 함께 쓴다. 앱 안에서 바로 예약되는 캠핑장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지도에 무료/유료 캠핑장과 홀리데이파크가 폭넓게 표시된다. 캠핑장마다 시설과 연락처, 다른 여행자의 후기를 보고 예약이 필요한 곳을 골라 미리 예약해 둔다. 지도를 미리 저장해 두면 데이터가 잡히지 않는 곳에서도 볼 수 있다.
도착하면 리셉션부터, 그리고 전원과 물 연결
홀리데이파크에 들어가면 빈자리에 바로 세우지 말고 리셉션에서 체크인한다. 이름을 말하면 사이트 번호와 파크 지도, 샤워실/주방 위치, Wi-Fi 코드를 받는다. 체크인은 보통 오후 2시 이후, 체크아웃은 오전 10시까지다(TOP 10 기준). 리셉션은 저녁 7~8시면 닫는 곳이 많아서, 늦게 도착할 것 같으면 미리 전화한다. 레이크스 엣지처럼 이름이 적힌 봉투에 지도와 게이트 비밀번호를 넣어 두는 곳도 있고, 리셉션 앞의 호출 버튼을 누르게 하는 곳도 있다.
사이트에 차를 세우면 전원부터 연결한다. 캠핑카의 전원 코드는 가정용 콘센트와 모양이 다른 캠핑장 전용 플러그라서 사이트 옆 전원함에 꽂는다.
- 전원함의 스위치가 꺼져 있는지 확인한다.
- 코드를 먼저 차량 외부의 전원 입구에 꽂고, 반대쪽을 전원함에 꽂는다.
- 전원함의 스위치를 켠다.
- 떠날 때는 반대로 스위치를 끄고 코드를 분리해 수납한다.
전원이 들어오면 전자레인지와 전기 히터, 충전기를 마음껏 쓸 수 있다. 하우스 배터리는 운전만으로는 충분히 차지 않아서, 마우이는 첫날 전원 사이트에 묵고 이후 이틀에 한 번 정도 14~16시간 연결하라고 안내한다. 일부 파크는 전원을 연결하는 차량에 전기 안전 인증(EWOF) 라벨이 붙어 있어야 한다고 규정에 적어 두었다.
물은 사이트 옆 수도에 차에 실린 청수 호스를 연결해 채운다. 주입구 옆 작은 구멍으로 물이 넘쳐 나오면 가득 찬 것이다. 조리할 때는 가스통 밸브를 열고, 출발 전에는 꼭 잠근다.
떠나는 날 아침에는 체크아웃 시간 전에 차를 정리한다. 전원함 스위치를 끄고 코드를 빼서 수납하고, 가스 밸브를 잠그고, 밖에 내놓은 의자와 매트를 걷는다. 출구로 나가는 길에 덤프 스테이션에 들러 오수와 카세트를 비우고 청수를 채우면 다음 캠핑장까지 물 걱정이 없다. 차를 빼기 직전에 전원 코드가 꽂혀 있지 않은지 한 번 더 둘러보는 습관을 들이면, 코드를 매단 채 출발하는 실수를 막을 수 있다.
공용 주방, 샤워, 세탁실
공용 주방에는 쿡탑과 오븐, 전자레인지, 냉장고, 전기주전자, 토스터가 있다. 냄비와 프라이팬을 선반에 갖춰 둔 주방이 많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쓰는 물건이라 상태가 좋지 않을 때가 있다. 퀸스타운 TOP 10이나 테카포 레이크스 엣지처럼 조리도구를 아예 두지 않는 파크도 있다. 그럴 때는 캠핑카에 실린 냄비와 식기를 들고 가서 쓰고, 다 쓰면 씻어서 가져온다. 차 안에서 고기를 구우면 좁은 실내에 냄새가 오래 남으니, 바비큐 시설이 있는 파크라면 밖에서 굽는 편이 낫다.
무엇보다 저렴한 코팅 프라이팬 하나를 한국에서 챙겨 가거나 현지에서 사는 것을 추천한다. 공용 주방과 캠핑카의 팬은 상태를 미리 알 수 없어서, 달걀이나 고기가 눌어붙지 않는 팬이 하나 있으면 매일 저녁이 편해진다. 현지에서 산다면 차를 받고 첫 장을 볼 때 함께 사 두면 된다. 마트 종류와 고르는 법은 뉴질랜드 장보기 방법 [링크]에 정리했다.
샤워는 무료로 시간 제한 없이 쓰는 파크(레이크스 엣지, 퀸스타운 TOP 10 등)가 있는가 하면, 1달러 동전을 넣으면 6분 나오는 코인 샤워도 있다. 동전은 리셉션에서 바꿔 준다. 수건과 세면도구, 샤워실 슬리퍼는 직접 챙긴다.
세탁실은 대부분 코인이나 카드식 세탁기와 건조기가 있다. 세탁 1회, 건조 1회에 각각 NZ$6 정도(모투에카 TOP 10 기준)이고 세제를 따로 파는 곳도 있다. 여행이 1주일을 넘으면 중간에 한 번 몰아서 빨래하는 날을 잡으면 된다.
쓰레기는 일반, 재활용, 유리병을 나눠 버린다. 밤에는 조용히 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데, 보통 밤 10시부터 아침 7시까지다. 늦게 도착해 사이트에서 문을 여닫는 소리만으로도 이웃 캠핑카에 잘 들리니, 밤늦게 짐 정리는 짧게 끝낸다.
DOC 캠핑장 예약과 등급
DOC 캠핑장은 국립공원과 호숫가, 숲속에 300곳 넘게 있다. 시설에 따라 등급이 나뉘고, 등급마다 요금이 다르다(2026년 10월 확인, 성인 1인 1박).
| 등급 | 시설 | 요금 | 예약 |
|---|---|---|---|
| Serviced | 수세식 화장실, 온수 샤워, 조리대, 쓰레기 수거 | NZ$20~28 | 모두 필수 |
| Standard | 화장실, 물(수돗물/하천), 차량 접근 | NZ$10~20 | 일부 성수기 필수 |
| Basic | 기본 화장실, 처리 안 된 물 | 무료 | 없음 |
예약이 필요한 곳은 DOC 예약 사이트에서 결제까지 끝내고, 받은 확인 메일이 예약 증빙이 된다. 성수기는 보통 10월 1일부터 4월 30일까지다. 아오라키/마운트쿡의 화이트호스힐(White Horse Hill) 캠핑장은 Standard 등급인데도 예약이 필수이고, 성인 1인 NZ$20에 전기와 샤워가 없다. 체크인은 오후 2시~8시이고, 샤워는 2.5km 떨어진 마운트쿡 빌리지의 코인 샤워를 써야 한다.
예약을 받지 않는 캠핑장은 선착순이다. 입구의 등록대(self-registration)에서 봉투를 꺼내 이름과 차량 번호를 적고 요금을 넣어 함에 넣은 뒤, 영수증 꼬리표를 차에 걸어 둔다. 레인저가 돌며 확인하니 현금을 조금 준비해 둔다. DOC 캠핑장에는 덤프 스테이션이 거의 없어서 오수는 마을의 덤프 스테이션에서 미리 비우고 들어간다.
프리덤 캠핑, 어떤 차량이 가능한가
프리덤 캠핑은 캠핑장이 아닌 곳에서 무료로 하룻밤을 보내는 것이다. 다만 아무 차나 아무 데서나 되지는 않는다. 2023년 6월 7일부터 지자체(카운슬) 땅에서 프리덤 캠핑을 하려면 인증받은 자체 수용 차량(certified self-contained vehicle)이어야 한다. 비인증 차량은 지자체가 따로 허용한 몇몇 장소에서만 가능하다.
인증의 핵심은 차 안에서 쓸 수 있는 고정식 변기다. 여기에 청수/오수 탱크, 싱크, 쓰레기 보관 요건을 갖추면 인증을 받고, 차에 신용카드 크기의 초록색 워런트 카드(green warrant card)를 붙이고 국가 등록부에 오른다. 예전의 파란 인증서는 2026년 6월 6일까지만 인정됐고, 지금은 초록 카드만 유효하다. 차 뒤에 붙은 초록색 ‘self-contained’ 스티커는 법적 효력이 없고, 단속원은 워런트 카드와 등록부만 본다.
렌터카로 프리덤 캠핑을 하려면 세 가지를 확인하면 된다. 예약한 차종이 자체 수용(self-contained) 차량으로 표시돼 있는지, 차 안에 고정식 변기가 있는지, 앞유리에 초록 워런트 카드가 붙어 있는지다. 이동식 간이 변기만 있는 소형 캠퍼밴은 인증 대상이 아니다.
인증 차량이라도 허용 구역에서만 캠핑할 수 있다. 지자체마다 조례로 금지/제한 구역과 숙박 일수를 정하고(퀸스타운 레이크스 지역은 2025년 12월 1일부터 새 조례 시행), DOC 땅에서는 금지 구역과 ‘Self-contained vehicles only’ 표지를 따른다. DOC의 경관/휴양 보호구역(Scenic/Recreation Reserve)은 표지가 없어도 지정 캠핑장 밖에서는 캠핑할 수 없다. 허용 구역은 THL 로드트립 앱이나 캠퍼메이트(CamperMate) 앱, 각 지자체 홈페이지의 캠핑 지도에서 찾고, 도착하면 현장 안내판을 다시 확인한다.
| 위반 내용 | 위반금 |
|---|---|
| 비인증 차량으로 금지된 곳에서 캠핑, 조례 위반 | NZ$400 |
| 워런트 카드 미부착 | NZ$200 |
| 쓰레기/오수 투기, 훼손 | NZ$800 |
| 단속원의 퇴거 요구 불응 | NZ$600 |
렌터카 회사는 이런 위반금을 운전자에게 넘기고, THL은 건당 최대 NZ$77의 처리 수수료를 더해 카드로 청구한다. 무료로 하룻밤을 아끼려다 더 큰 돈을 낼 수 있으니, 프리덤 캠핑은 허용 구역이 확실한 날에만 넣고 나머지는 캠핑장을 예약해 두는 편이 마음 편하다.
